여러 병원을 다니시면, 부모님 약이 몸속에서 '서로 부딪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약 봉투부터 한곳에 모으세요.
부모님이 내과·정형외과·안과를 각각 다니시고, 거기에 종합감기약과 영양제까지 더하면 — 하루에 드시는 알약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65세 이상은 평균 5개 이상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고, 10개 이상 드시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약이 많아질수록 서로 부딪쳐(약물 상호작용) 효과가 떨어지거나, 반대로 독성이 강해져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약이 많다는 건 '안심'이 아니라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약이 5개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부작용 위험은 약 개수에 비례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약과 약이 부딪치는 경우의 수 자체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르신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 약(졸음·어지럼·낙상을 부르는 일부 수면제·항히스타민제 등)이 자기도 모르게 섞여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문제의 상당수는 약사와의 복약상담 한 번으로 정리됩니다. '약이 너무 많아 불안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자체가 한번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처방약·일반약·영양제·건강기능식품까지 전부 적은 목록을 만들어 부모님 지갑이나 약통에 넣어두세요. 약 봉투·처방전을 한 봉투에 모아두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이 약들을 드시고 있다"고 알리는 것만으로 중복과 충돌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새 약을 받을 때마다 보여드리는 습관을 만드세요.
한 약사가 전체 복용 현황을 보면 약물 상호작용을 미리 걸러내기 쉽습니다. 흩어진 약을 한 곳에서 점검받는 셈입니다.
약을 새로 드신 뒤 어지럼·졸림·식욕저하가 나타났다면, 임의로 끊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약을 다시 먹었을 때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부작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혈압·혈당이 높다고" 약을 더 드시는 건 위험합니다. 용량 조절은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을 따라야 합니다.
명절이나 방문 때, 부모님 약통을 한 번 싹 정리해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오래된 약·중복되는 약을 가려내고, 휴대폰으로 약 봉투를 찍어 목록으로 만들어 두면 응급 상황이나 진료 때 그대로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약을 바꾸거나 추가한 뒤 갑자기 어지럼·졸림이 심해지거나, 멍·코피 같은 출혈이 잦아지거나, 입맛이 뚝 떨어졌다면 자가 판단으로 끊지 말고 의료진·약사와 상의하세요. 여러 병원을 다니신다면 복약 상담을 한 번 받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약은 많을수록 안심이 아니라, 많을수록 관리가 필요합니다. 부모님이 드시는 약을 가족이 정확히 알고 있는 것 — 그것이 부작용을 막는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입니다.